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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사람이야기

바우는 오늘도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의 시선 앞에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을 끌듯이가는 이가 있다.

바우다.
어~~어~
앞으로 넘어졌다.
뛰어가 일으켜 주렸더니 제 스스로 일어났다.

바우는 언제봐도
강하다. 제 멋대로다.
언제나 혼자다.

‘아직도 죽지 않았네~ 할 정도로
오랜 기억속의 사람이다.
바우,,,,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관심사에 걸려든 바우...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해본다.

1970년대
아주 어린 시절, 정말 가난한 시절,,
집에 있던 작은 물건들 (양푼이, 손잡이 떨어진 냄비,떨어진 책등)로
깡냉이 한 그릇 바꾸어 먹던 시절,,,
바우는 그 시절 넝마주이로 기억된다..

등 뒤에 얼기설기 엮인 짚으로 된
커다랗고 깊은 항아리 모양의 넝마를 지고
온 종일 동네를 쏘다니며
이 것 저 것을 주워 담아 모인 것들을 가지고
뭔가를 먹고 사는 것으로 해결하며 살아 왔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모습은
요즘 노인들이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휴지를 줍는 모습과
별 다를 건 없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한 동안
난 추산동을 떠났고
바우를 잊고 살았었는데
다시 이 곳 추산동으로 이사 온 후
아주 가끔 눈에 띄었다.
아직 추산동에 살고 있는가 보다..

바우는
추산동, 어시장, 부림시장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친숙한 캐릭터다.
어시장을 한 번 나오게 되면
이 곳 저 곳을 돌다가 팔고 있는 생선 한 마리 후딱 집어
도망가듯 한다.

그 때 생선 팔던 할머니는
“ 야이 바우야~ 이리 안 갖고 오나...저 놈 잡아라~~~“

분명 훔쳐서 도망가는 바우에게 도로 뺏아 오지 않을 줄아는 당신이면서 호되게 고함을 치고는 옆에 나란히 앉은

아낙들과 바우에 대한 농담을 주고 받는다.
이런 일을 당하게 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호통질하는 척만 한다.

언제나 바닥을 질질 끌면서 걷기 때문에 절대 뜀박질하듯 뛰지를 못하는 것도 알고 있다.

어느 날은
어디를 가는 건지,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알고 그러는 건지
막 출발하려는 버스도
고래고래 태워 달라며 오르는 문을 붙잡으면서 억지 부리며
타고 가는 모습도 본 적 있다.

또 어느 날은
신호등앞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천원을 달라고 졸라댄다.

사람들은 바우에게 “ 바우야 ~ 니 이돈 갖고 뭐할낀데
놀려대듯, 동생한테 뭐라고 다그치 듯 하면서
밉지 않은 듯 ‘ 아나~~(여기있다) 하고 손에 쥐어 준다.

바우는
분명 나이가 꽤 들었을것 같은데(내 나이가 마흔 여섯인데
아마도 60줄은 족히 되었을 법 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검은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는 하얗다.
짧은 스포츠머리다.
체구는 아주 작다. 허리는 굽다.
언제나 옷의 행색은 남루하다.
가족은 있는걸까?

누구랑 살고 있는지,
지금은 집이 어딘지....
요즘 아이들같이
좋은 것 , 깨끗한 것, 맛있는 것만 먹이려는 모습에 비하며
바우는 아무거나 먹고 살았는데도 건강해 보인다.

추산동 철뚝 위
성호동 가는 길에
작은 쪽 마루가 있었던, 나지막한 바우집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가끔 눈 앞에 보이는 바우를 보면
오래된 정원 한 켠
숨겨져 있는
삶의 진실 된 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