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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30 부림시장 한복골목에 깃든 인생이야기

당신은 어느 세월의 길목에 접어드는가.

늘 지나는 시장 길이다. 딱히 이 골목을 들어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누군가와 숨바꼭질하듯 술래의 눈에 보이지 않는 깊숙한 곳으로 빨려들어 가는 기분으로 경남은행 부림지점 옆 골목 길을 들어섰다.

 

▲ 한복 골목길의 낡은 간판

 

오래된 세월의 모습이 하나하나 보인다.

골목 오른쪽 하늘색 대문 위 오래된 투박한 옹기 하나가 마을입구를 지키는 장승같이 떡하니 지키고 있다. 그리고 바로 한복이란 간판이 보이는 집들이 보인다. 전화번호 역시 두 자리다(그 이전부터 있었지만 아마 그땐 전화가 없었을 것이다).

 

 

▲ 장승같이 골목길을 지키고 있는 장독

 

그리고 살짝 돌아서는 골목 벽에 밤새 누군가가 여기서 인생의 고달픈 마음을 소주 한 병으로 달랬는지 빈병이 덩그러니 서 있다..

그 이는 분명 외로웠으리라.

깜깜한 동굴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이다가 털썩 주저앉은 한탄의 술이었으리라.

중년이 마시는 소주 한 병은 술이 아니라, 인생을 마시는 것이다고 한 글 귀가 생각난다.

▲ 누군가의 시름을 달래줬을 소주

 

다시 꺾어진 골목을 들어서니 오른쪽 벽에 낡은 흑벽이 눈에 보이고 이 골목에서 놀았을

그 누군가의 사랑 낙서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다시 오랜 세월이 눅눅히 내려 앉은 반쯤 열린 황갈색 대문 안마당.
마치 엄마 품 같이 활짝 가슴을 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은 능소화꽃이 활짝 피는,,그리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창동예술촌골목을 누비고 홍보하고,,,마산창동사랑에 흠뻑빠진,,,최근,"마산사랑음악사랑의" 책을 내신  

정영숙 선생님댁입니다.

 

   누구는 누구를 사랑한다고 흔적을 남겨두었다.   다시 이 곳을 찾아와서 보면 변함없는 마음이될까..ㅎㅎ

  

△ 정영숙선생님의 자택.. 이골목의 대부분이 정영숙선생님의 지분이다.. 

 

▲ 댓돌 위에 올려놓은 정겨운 신발, 아마도 한복을 주문한 손님이 찾아온 듯 한다.

 

문 칸 방 앞에는 두 켤레의 신발이 놓여있다.

아낙네들의 수다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진 총총히 어깨를 나누고 있는 낮은 집들마다 한복집 이름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신기하다.. 오래된 이 골목들... 한복 맞춤일로 생계를 이어온 삶의 사람들, 이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이 골목을 드나들고 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골목이겠지만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골목이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 하는 궁금함에 부림시장 입구 앞 삼우주단에 들렀다.

 

▼삼우주단 이명선대표

 

"어무이..잘 지내심미꺼... 지나다가 인사차 왔슴미더.."
"오냐..들어온나 춥제?"

"아이고 어무이.. 경남은행 골목길에 들어가 보니 무슨 한복집이 그리 많슴미꺼..

저 골목사람들은 얼마나 됬슴미꺼.."
"오래 됐지.. 내가 이곳에 있은지가 45년이 되었다 아이가~ 우리 아이들 쪼맨할 때 그 골목에서 놀면서 컸다아이가...."

"그라모 어무이는 한복가게를 하신지 얼마나 되었는지예?"
"여기는 예전에 '미화사'라는 양품점이 있었던 곳이다 아이가~ 내가 이 곳에서 업을 하게 된 것이 45년 세월이나 됐다."

어무이는 어릴 때... 모두 그랬던 시절이지만, 가난해서 월영초등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었단다. 이유는 육성회비 안 가지고 온다고.... 교실복도에 꿇어 앉아 담임 선생님한테 머리를 맞기도 했단다. 더 이상 학교를 다닐수 없었지만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낮에 유원산업을 다니면서 야학으로 중학교 공부까지는 했다고 한다.

 

"그 당시 담임이었던 김인숙 샘을 정말 잘 따르고 심부름도 도맡아 하곤 했었는데...

그 담임 선생님의 모친이 내 손금을 보고는 '19살 이후면 돈이 마르지 않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는 거라. 그리고 제일여고 급사를 추천받아 공부를 더 할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데, 보증 설 사람이 없어 그만 배움을 포기했었지.."

 

그 시절 , 마산에 처음으로 전화가 놓여질 무렵 어무이는 부림시장 장사하는 데를 조사(모니터링) 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했단다. 그 일을 하면서 미화사를 알게 되었는데 사장님이 한 눈에 보시더니, "거서(전화국) 일하모 얼매나 받노?"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고는 거기에 세 곱절을 주시겠다고 해서 거기서 일해게 됐다(당시 아르바이트 월급이 5천원이었는데, 선뜻 1만 5천원을 준다고 제의한 것이다. 인상이 꽤 성실해 보였던 것 같다신다).

 

"당시 웬만한 직장을 다닐라 하모 보증인을 꼭 세워야 했기에 친척이고 뭐고 간에 부탁하기 어려웠지.그래서 마땅한 추천자가 없어 어머니를 동행하여 면접을 보러갔더니 아무 질문도 하지않고 내일부터 바로 일을 하러오라고 하시대. 그 말에 그때부터 8년동안 일했다 아이가."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어느 날 월급쟁이로 남을지 장사를 할 지 갈등하다가 결국은 내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단다. 지금은 혼자가 되었지만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남편이야기, 자식이야기... 말씀 도중에 몇 번이고 눈물을 글썽거리신다. 세월과 함께 저마다 가슴속에 숨겨진 살아있는 이야기는 곧 개인의 역사인 것 같다.

 

 어무이~~ 건강하이소~.

▲ 한복 골목에 들어선 풍경

 

                 ▲ 은하수 한복, 비교적 최근에 간판을 단 것 같네요.

   ▲ 보안등... 참 오래된 물건이죠?

▲ 크로바 한복네 저 창문 달린 방은 누구네 방이었을까요?

Posted by 창동아지매(골목해설사)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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