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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해이어보 화요미식회 4회차 자해

2017 창원시 도시재생 시민대학에서는

상반기 .하반기 강좌를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퍼지던

하모니카반 10회과정은 마무리가 되었고

아직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매월 마지막 목요일 오전10시,.,

마을해설사양성을 위한 산해진미탐방대반(29일 목요일/어시장, 7월 달빛투어/ 오동동이야기

 9월/ 문신의 언덕에서 조창으로. 10월 /마산이야기 총정리 및 수료식)

그리고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만나는 창원시도시재생 시민대학 신우해이어보 화요미식회반이

있다.

화요미식회반을 위해 매월 우해이어보 우산잡곡에 실려있는 물고기, 갑각류등을 선택한다.

12월까지 이어질 것이다. 강사는 가덕도 . 게를 가장 잘 아는 송창우 시인이다

 다소 특별하고 재미가 있는 수업으로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처음 기획에는 요리과정까지 곁들여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주방시설이 부족하여 보여주기만 하고

행복한 밥상인문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강의가 마치면

주제에 해당하는 요리 밥상까지 곁들인다. 금상첨화가 아니던가.

시작부터 마무리 시인의 곁들인 시까지도 게살스런 이야기이다. 게판5분전이다.

오늘은 마침 mbc경남아 사랑해에서 인기강좌를 촬영하러 왔다.

게 2마리를 준비하였다.웃음이 넘친다

 

우해이어보 화요미식회 4회차 - 송창우

  우해이어보에 나오는 게 항목

  1. 자해(紫蟹)

  게는 갑각류 중에서 가장 크다. 큰 것은 그 껍질에 수백 말을 담을 수 있다. 이런 게는 그물로는 잡을 수 없다. 이곳 사람들은 큰 게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어서 그 껍질이 간혹 바다 위로 떠올라 어부들이 주워서 지붕을 덮는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본 바닷가의 갑각류들은 모두 일년에 한 차례 껍질을 벗으니, 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러니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는 말은 너무 신비롭게 꾸며진 것 같다.

 그렇지만 게 껍질이 바다 위에 떠오르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영남지방의 어촌에서는 바닷가 섬에서 주운 게껍질로 염전 잡()과 밭의 잡 주점의 지붕을 덮은 곳이 많다. 가설해 지은 집이 기와지붕처럼 높게 솟아있어, 그 밑에는 대여섯 명이 들어갈 수 있다. 이곳 사람들이 이렇게 지붕을 얹어서 지은 집을 ()’이라고 부른다. 나는 다음과 같이 우산잡곡을 지었다.

  <우산잡곡>

망망대해 동쪽 어귀 달빛이 아득하고 백구는 깨끗한 모래 위에서 쉬고 있네

어린 대나무 숲 속 깊고 차가운 곳에서 아득히 게껍질 지붕 술집을 바라보네

  게 중에서 자해(紫蟹)는 몸이 붉은 색이고 크기는 장독 만하다. 뱃 속에는 창자는 없고, 온통 물고기나 새우,소라, 고둥, 모래 뿐이다. 자해의 껍질 속에는 7,8말 정도나 들어갈 수 있다. 이 게의 넓적 다리와 집게발은 살이 찌고 맛이 있어서,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든다. 색깔이 선홍빛이어서 보기 좋으며, 맛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정말로 진귀한 음식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자해 한 마리로 포 수십개를 만든다고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이 우산잡곡을 지었다.

  <우산잡곡>

진해 남문 밖에 있는 두 군데 화류거리  거리 입구 초가집엔 집집마다 술집 간판

새로 온 예쁜 아가씨 고운 흰 손으로  검은 소반에 자해 살 담아 내온다.

  2. 거등해(苣藤蟹)

이곳 사람들은 게장을 담글 수 있는 게를 참게(眞蟹)라고 부른다. 참게는 동서남북 모든 바다에 있다. 이 중에서 집게발에 털이 없고, 맛이 더욱 좋은 것이 거등해이다

  3. 돌방게((石蟛)

이곳 사람들은 게 중에 제일 작은 것을 방게(蟛蟹)’라고 부른다. ()은 음이 방()이다. 이 방게도 곳곳에 살고 있다. 색깔이 붉은 것을 ()’이라고 부르는데, 맛이 좋지 않아서 젓을 담가도 별로 맛이 없다.

  4.말똥게(馬糞蟹)

말똥게는 게와 비슷하지만 몸체가 좁고 길며, 온몸에 모두 털이 있다. 뱃속에는 말똥과 같은 살이 있다. 맛은 있지만 약간 써서 이곳 사람들은 구어 먹는다.

  5. 달랑게 ()

백월은 달랑게로 게의 일종이다. 게와 비슷하지만 색깔이 온통 흰색이다. 크기는 참게와 같다. 흘 냄새가 난다. 이곳사람들은 흰게(白蟹)라고 부른다

  6. 거치해(鉅齒蟹)

거치해(鉅齒蟹)도 게의 일종이다. 껍질은 얇고 붉은 색이다. 몸은 둥글고 양쪽 모서리는 약간 날카롭다. 껍질의 네 모퉁이에는 뾰족한 부분이 있어서 마치 큰 이빨이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맛이 좋다고 한다.

  7. 변편

변편은 온 몸이 게와 같다. 다만 한 쪽은 다리가 있고 한 쪽은 다리가 없다. 이곳 사람들은 변해(邊蟹)라고부르기도 한다. 독이 있어 먹지 못한다.

8. 평상게(平床蟹)

평상게는 껍질이 게와 비슷하지만, 배의 껍질이 양쪽을 덮고 있고, 눈은 배에 달려 있다. 배의 네 모퉁이에는 모두 다리가 달려있다. 다리가 모두 24개나 되어 사방으로 갈 수 있고, 세워 놓으면 마치 평상과 같다. 맹독이 있다.

 

게를 뜻하는 한자 해()자에 관한 이야기

  루쉰 - "게를 맨 처음 먹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이 말은 중국 고대 우()임금의 치수(治水)와 관련이 있다. 갑각류인 게는 겁나는 집게 다리를 가진 데다 보기 또한 추했다밭고랑에 구멍을 내고 사람을 물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우임금은 장사 파해(巴解)를 보내 강남의 치수를 맡겼는데 그는 고랑에 끓는 물을 붓고 그곳으로 게를 유인해 일망타진했다. 헌데 죽은 게의 몸이 빨갛게 변하며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파해가 먹어보니 일품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파해의 이름 '()' 아래에 '벌레 훼()' 자를 넣어 '게 해()' 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꽃게의 어원 곶게인가, 꽃게인가

*한자어로는 유모(蝤蛑), 발도자(撥棹子), 시해(矢蟹)라 하였고 우리말로는 것칠에, 살궤(殺棺), 곳게(朝鮮語辭典 1920)라 하였다. 지금은 화게(花蟹)라고도 부른다. 강원도에서는 날게꽃게, 충청도에서는 꽃그이라는 별칭도 있다. 영어로는 Swimming Crab이라 한다.

  *이익, <성호사설>

유모(蝤蛑)라는 것은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은 붉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곶해(串蟹), 그러니까 곶게인데 등딱지에 두 개의 꼬챙이()처럼 생긴 뿔이 있기 때문이다

  *정약전, <자산어보>

시해(속칭 살궤)는 뒷다리 끝이 넓어서 부채 같다. 두 눈 위에 한치 남짓한 송곳 모양의 것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주어졌다. 대체로 게는 모두 잘 달리나 헤엄을 치지 못하는데, 이 게만은 부채 같은 다리로 물 속에서 헤엄을 칠 수 있다. 이것이 물에서 헤엄치면 큰 바람이 불 징조다. 맛이 달콤하고 좋다. 흑산도에서는 희귀하다. 때때로 낚시에 걸리며 칠산바다에서는 그물로도 잡는다.”

게의 별칭들과 인문학적 상상력

  * 게의 별칭들

게는 옆으로 걷는다고 해서 횡보공자(橫步公子)’, 옆으로 걷는 갑옷 입은 무사라고 해서 횡행개사(橫行介士)’. 사특하게 곁눈질한다고 해서 의망공(依望公)’이라고 불렀다. 창자가 없어 애끊는 아픔을 모르는 무장공자(無腸公子)’였고 곽 속에 있다고 해서 곽선생(廓先生)’이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중 용궁부연록 -곽개사

귀한 손님을 위해 모두 각기 재주를 보이는 것이 어떠한가?”

자칭 곽개사(郭介士)가 발굽을 들고 비스듬한 걸음으로 나와서 말했다.

제 속은 누렇고 밖은 둥글며 굳은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을 가졌습니다. 재미와 풍류는 장사(壯士)의 낯을 기쁘게 해주고 곽삭(郭索)한 꼴은 부인들에게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내 마땅히 다리를 들고 춤을 추어 보겠습니다.” 곽개사는 눈을 부릅뜬 채 사지를 흔들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났다 하며 팔풍무(八風舞)를 추었다. 만좌의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 운우당 윤희구(尹喜求·1867~1926)의 시 <무장공자>

滿庭寒雨滿汀秋(만정한우만정추) 뜰에 가득 차가운 비 내려 물가에 온통 가을인데), 得地縱橫任自由(득지종횡임자유) 제 땅 얻어 종횡으로 마음껏 다니누나

公子無腸眞可羨(공자무장진가선) 창자 없는 게가 참으로 부럽도다

平生不識斷腸愁(평생불식단장수) 한평생 창자 끊는 시름을 모른다네

  * 김용준(1904-1967)<근원수필>중에서

맑은 동해변 바위틈에서 미끼를 실에 매 다로 이 해공蟹公을 낚아 본 사람은 대개 짐작하리라. 처음에는 제법 영리한 듯한 놈도 내다본 체 않다가 콩알만큼씩한 새끼 놈들이 먼저 덤비고 그 곁두리를 보아 가면서 차츰차츰 큰놈들이 안꺼번에 몰려 나와 미끼를 빼앗느라고 수십 나리가 한덩어리가 되어 동족상쟁을 하는 바람에 그때를 놓치지 않고 실을 번쩍 치켜 올리면 모조리 잡혀서 어부의 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리석고 눈치 없고 꼴에 싸우기 잘하는 놈! 귀업게 보면 재미나고 어리석게 보면 무척 동정이 가고 밉살스레 보면 가증하기 짝이 없는 놈!

게는 확실히 좋은 화제다. 내가 즐겨 보내고 싶은 친구에게도 좋은 화제가 되거니와 또 뻔뻔스럽고 염치 없는 친구에게도 그려보낼 수 있는 확실히 좋은 화제다.

  * 안국선 <금수회의록>(1908)에 등장하는 무장공자의 연설

우리는 창자가 없고 사람들은 창자가 있소. 시방 세상 사는 사람 중에 옳은 창자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소? 사람의 창자는 참 썩고 흐리고 더럽소. 신문에 그렇게 나무라고, 사회에서 그렇게 시비하고, 백성이 그렇게 원망하고, 외국 사람이 그렇게 욕들을 하여도 모르는 체하니 이것이 창자 있는 사람들이오? 그 정부에 옳은 마음 먹고 벼슬하는 사람 누가 있소? 한 사람이라도 있거든 있다고 하시오. 만판 경륜(經綸)이 임금 속일 생각, 백성 잡아먹을 생각, 나라 팔아먹을 생각밖에 아무 생각 없소. 이같이 썩고 더럽고 똥만 들어서 구린내가 물큰물큰 나는 창자는 우리의 없는 것이 도리어 낫소

  *영양 서석지의 주인 정영방이 스승에게 보낸 선물

광해군 시절, 고향에 은거하던 정영방이란 문인이 있었다. 그는 이름난 정치가인 정경세의 제자였다. 인조반정 이후에 판서 벼슬을 지내던 스승 정경세가 정영방을 조정에 천거했다. 뒤늦게 알게 된 제자가 스승에게 선물 꾸러미를 보냈다. 스승이 풀어보니 게 한 마리가 옆걸음하며 나왔다. 스승은 제자의 뜻을 알아차리고 다시는 벼슬을 권하지 않았다.

  * 나는 도대체 어떤 게를 닮았는가? / 송창우

을숙도의 갈숲엔 새떼보다 더 많이 집을 짓고 사는 게들이 있다. 참게며, 칠게며, 방게며, 농게며, 붉은 주먹 도둑게가 요리조리 갈숲을 어슬렁거린다. 게들 중에 등에 H자 문신이 선연한 게는 시대의 은둔자(Hermit), 온종일 거품을 게워 올리고 있는 게는 시대의 분노자요. 이 직진의 시대에도 가로 걸을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게는 횡행군자(橫行君子). 물론 겉으로는 두꺼운 갑옷을 입었으나 위선일 뿐, 배알이 없는 무장공자(無腸公子)의 게들도 있다. 을숙도 갈숲에 살고 있는 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군상을 본다. 나는 도대체 어떤 게를 닮았는가.

송창우 풍경에세이 을숙도, <경남신문>(2005, 6, 23)

 김홍도 그림 <해탐노화도>와 당나라 두목의 시 <영해>

* 갈대와 게를 그리는 <전려도>의 의미 - 갈대를 물고 있는 그림은 전려도(傳臚圖)라 한다. ()는 전한다는 뜻인데, 중국 음이 갈대 로()와 같다. 전려는 예전 과거 시험에서 합격자를 발표하던 일종의 의식과 관련된 말이다. 전시(殿試)에서 합격자 등수를 발표하는 날, 황제가 전각에 이르러 선포하면 각문(閣門)에서 이어받아 계단 아래로 전달한다. 그러면 호위 군사가 일제히 그 이름을 받아 큰 소리로 외친다.

게 한자로 해(). 각 지역에서 보는 향시(鄕試)에서 합격한 사람의 명단을 중앙 정부에 올려 서울의 과거에 응시하게 하는 것을 발해(發解)라 하였다. ()와 해()의 음이 같고, 또 게는 등딱지가 갑옷처럼 되어 있어 과거에 갑제(甲第), 즉 장원으로 급제하라는 뜻이다.

 * 화제 - 海龍王處也橫行 바다의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

* 당나라 시인 당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의 시 '영해(詠蟹)'

  푸른 바다 못 봤어도 진작 이름 알았나니, 未遊滄海早知名

뼈 있으되 도리어 살 위로 생겨났네. 有骨還從肉上生

생각 없이 번개 우레 겁먹는다 하지 마소. 莫道無心畏雷電

바다의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오. 海龍王處也橫行

 

구름 할배 최운의 게 그림과 이선관의 시

* 최운(崔雲)[1921~1989]의 본명은 최용운(崔龍雲)이다. 주로 를 소재로 그린 작품을 많이 남겼다. 중국 북경 중산 미술 학교에서 3년 동안 수학하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1959년에 흑마회전에 출품하고, 1962년에 재마 미술회전에 출품하는 등 11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창원 남면 중학교[현 창원 남고등학교], 마산 진전 중학교, 마산 창신 중학교, 창신 고등학교를 거쳐 남해의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마산 여자 고등학교에서 미술 강사를 지내고 1967년에는 제 6대 미술 협회 마산 지부장을 역임하였다.

 

<마침내 나비가 되어> / 이선관

 

구름할배라면

이 고장 사람들이라면

최운 선생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합포만에서 기어 나온

최운 선생의 게들이

바다로 되돌아가지 않고

삼복 구름을 헤치고

힘들게 서마지기 고개를

기어 넘으려 합니다.

마침내

게들은 모두 꽃게들이 되고

꽃게들은 나비들이 되어

최운 선생과 같이

서마지기 고개를

가볍게 훨훨 날아갑니다.

 

게 맛에 대한 찬사

  *진나라 필탁(畢卓)의 시

오른손에는 술잔을 들고, 왼손에는 게의 집게다리를 쥐고서 술 가득 실은 배에 둥둥 떠서 노닌다면 일생이 넉넉하지 않겠는가

  *당나라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

게의 집게발이 바로 금의 진액이요 / 술지게미 더미 무릇 봉래산이어라 /모름지기 좋은 술까지 마셨거늘 / 누대에서 달을 타며 취해 보리라.

  *김종직의 시

집게발 잘라라 하얀 살에 젓가락이 따르고 / 배를 쪼개라 누런 속은 농짝에 가득하네

  *서거정의 시

동파거사는 본디 게를 유독 좋아했거니와 / 내 또한 연래에는 게를 죽도록 좋아하노라

  *정약용의 시 가을을 느끼다

꽃게의 엄지발이 참으로 유명한데 紅擘有名/ 아침마다 대하는 것은 가자미국뿐이라네

 

함께 읽는 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붉은 도둑을 위하여 / 송창우

 뒷산 골짜기에

낡은 집을 버리고

바다로 가는 논두렁길 아래

단단히 새살림을 차린

붉은 도둑을 위하여

갓 산란한 도둑의 아내를 위하여

구름은 달을 덮고

바람은 정지문을 열고

우리 집 부뚜막 위에

어머니는 찬밥을 올려놓는다

도둑 게 살금살금

다녀가는 칠월

 

***꽃 피는 게 /송창우

 우리 동네 논에는

개구리보다 게가 더 많이 산다

우리 동네 논두렁엔

들쥐보다 땅강아지보다

게가 더 구멍을 판다

햇빛에 타서 붉은

등에는 꽃이 피더라

농약을 쳐도 거품만 물 뿐

피는 꽃에는 암술이 흔들리고

빤히 보이는 구멍 속에는

보이지 않는 길들이 있어

문득, 게가 된다면

길 끝에 나도 꽃피고 싶어라

암술 흔들고 싶어

웅크리고 옆으로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