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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가게 이야기

오복보리밥


오복보리밥 창동 163번지 박미자


맛있는 음식보다 더 반가운 음식은
 기억의 언저리에 있는 자리 잡고 있는 음식이다.

추억의 음식이라고 해서 특별한 맛은 아니다.
그냥저냥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자라왔던 음식들이다.
어린 시절 한 겨울 김장 김치 속에 숨어 있던 커다란 무김치 하나를
 젓가락으로 꽂아 물에 밥을 말고 한 입씩 베어 먹던 그 맛,
보글보글 끓는 밥 솥 안에 조그마한 그릇으로 쪄내는 계란찜을 바닥까지
 긁어 먹던 맛, 살얼음이 베인 동치미와 팥죽,
무엇하나 화려함은 없으나 음식 맛의 추억은 참으로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언제나 엄마의 손끝에서 주물럭거리며
 구수하고 소박함이 깃든 맛이 가득한 오복 보리밥집을 찾아 가보자.

남성지구대앞 지금은 폐관되어버린 메가라인 극장 맞은편 골목길을
 들어서면
왼편에 작은 간판이 보인다.
입구는 보통 식당들과 다름없는 소박한 집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평소 늘 집에서 먹는 반찬들이지만
무엇을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부담 없이 보리밥집을 선택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 입맛인 것 같다.

가게에 들어서면 언제나 인상이 좋은 주인아저씨는
야채를 다듬고 있거나 일거리를 도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방안으로 안내되어 앉으면 먼저 숭늉이 담긴 주전자가 나온다.
따뜻하고 구수한 맛이 그저 속을 편하게 해준다.
사람의 수에 따라 주문을 하면 주방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이내 먹음직스러운 여러 종류의 쌈 종류와 봄기운이 가득한 나물,
짜작하게 끓인 촌된장. 한 상 가득 반찬이 놓이고
그중에서도 새콤달콤한 봄동겉절이가 입맛을 한껏 돋운다.

먹성이 좋은 이들은 커다란 대접에 여러 가지 나물을 넣어
고소한 참기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입맛에 따라 고추장을 넣든,
된장을 넣든 쓱쓱 비벼 입안 한 가득 오물오물 삼키면
입맛 없다고하는 사람들에게도 보리밥 한 숟가락은 꿀맛이라고도 한다.
오복보리밥의 참된 맛은
직접 담은 된장, 고추장이 음식 맛을 내는 큰 비법이라고도 한다.

이 곳은 1975년에 시작 되었다.
처음에는 진해 자갈치 보리밥집을 흉내 내어 시작하였는데
파리만 날릴 만큼이나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하루 음식 분량을 30인분 정도의 예상만큼 준비를 하다가
 점점 줄어들어 10인분 만큼 밖에 준비 안 된 어느 토요일 날,
갑자기 손님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어쩔 줄을 몰랐는데
황급히 꾀를 자아내어 이미 많은 손님들이 다녀가서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났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데 그이후로 입소문이 퍼졌는지
 지금까지 계속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어렵고 힘든 고비가 많았지만
 변함없이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음식 맛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의 건강 먹거리 열풍에 오복 보리밥집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