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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 사람이야기

덕이 아지매



 

부림54번지


나의 초등시절,
마산에서  유명했던 부림시장 옛 회센타
지하 들어가는 입구에 45년동안 줄곧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앉아서

생선을 팔고 계시는 덕이 아지매..


부림시장과 창동상가의 상인들 중심으로

그 날 그 날 생선반찬거리를 책임져 왔을 정도로

해가 지면 한사람씩 찾아와


"아지매 ~ 오늘은 뭐가 싱싱하고 좋슴미꺼~~
"


제사, 명절을 앞두면 주문 생선으로 늘 분주하다.

구찌들(단골)에게는 알아서 척척 다듬어 주기에

오랫동안 아지매를 찾는 손님들은

아마 한 식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평소

딱 두어 세 가지 종류만 펴 놓고

다듬고 소금 쳐서 요리하기 좋게 해 주는

덕이아지매의 모습이

울 엄마에 비하면 왠지 부럽다고 해야할 까..

울 엄마는

맨 날 천 날 돌아가신 아버지가 했던

얼음 리어카를 누가 소띠 아니라 할까봐

서무서마(남자)처럼 거칠게 밀고 다닐 줄 알았지

저렇게 자리 잡고 앉아

제 몫 자리 하나 챙겨볼 줄은 왜 몰랐을까 하고 ...

.

상인회일을 하면서부터

그 곳 앞 임원인 사무국장의 가게가 있어서

자주 사무실일로 들락날락 거리면서

인사만 하고 지내었는데..

어느 날

“어머이~·

저 어릴 때 여기 지하 회 센타에 경매 받아놓은 하꾸(생선나무상자)

리어카에 가득 담아 배달했던


‘물새야 왜 우느냐’가 18번이었던 김갑조씨 큰 딸임미더.

기억하겄음미꺼?~~


생선을 손 보다가(다듬다가) 다시 한번 더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만


“아~ 그래~

그러코 보니 얼굴색이 나네~

내 너거 엄마하고 한 갑장아이가 ~ 소띠~


지금도

너거 엄마 목발짚고 시장바구니 끌고 지나가다가

마주 치면

“ 갑장아 ~하고 지나간다..

근데 요새는 너거 엄마가 잘 안보이데~~


추산동,,창동, 부림 시장의 곳곳은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이 
숨어 있다.

요즘들어 다시,
시간의 새김질을 하면서
이런 공간들, 사람들이 다가오는
새로운 느낌들을

약하게 혹은 다르게 반복함으로써

추억과 상처의 흔적들을
소산시키거나 극복하려는
스스로의
움직임이 엿 보인다...

내일은 구월 초 닷새.

엄마생신이다.

맨 날 보면 으르렁 대고 짜증내는 나..,,

여태 한 번도 국 한그릇 못 끓여준 못된 나.,.


오늘따라
왠지
내일 아침은
미역국에

짭조름한 조기 굽고, 나물 서너가지 무치고 해서

아침에 한 상 채려 올라가볼까 싶다....
잠자기 전까지
아무런
마음의 요동이 일어나지 않는 다면.....